조직 문화 개선, 어떻게 시작할까? 실리콘밸리 HR이 전하는 3가지 인사이트
2025.05.30

조직이 진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틱톡, 스타트업계를 넘나들며 10년 이상 HR 전문가로 일한 님은 “결국 조직의 문화가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Alex Hong님은 지난 17일 진행된 링글 웨비나에서 우수 조직 문화 사례를 살펴보며 실리콘밸리의 핵심 성공DNA와 공통 인재상, 그리고 실무에서 겪은 HR 혁신 케이스까지 상세히 전해주셨습니다.
조직 문화 개선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Alex Hong님의 강연 내용을 본문에서 확인해보세요.
*이 콘텐츠는 강연 내용을 기반으로, 연사가 직접 말하듯 이야기하는 톤으로 정리되었습니다.
Alex Hong님은?

저는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후, 2015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미국에서의 첫 직장은 코트라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프로젝트 매니저였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스타트업과 VC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기술의 미래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고 확장시키는 데는 협업하는 인재들의 역량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2016년 삼성에 입사하며 처음으로 HR 분야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됐습니다. 특히 삼성넥스트에서는 HR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전략적인 인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단순한 채용이나 제도 관리에 그치지 않고, 조직의 비전과 인재 전략을 연결하고, 리더십과 협력해 조직 구조와 성과, 인재 개발을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제가 HR이라는 분야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다음 행선지는 시리즈 B 단계의 스타트업, 스트림엘리먼츠였습니다. 이곳에서 미국 지사의 운영을 리드하며 HR 시스템의 기초를 하나씩 구축해 나갔습니다. 성과 관리, 온보딩, 리더십 개발, 팀 성장 문화를 위한 프로그램 등을 설계하고 실행한 경험은 매우 값졌습니다. 스타트업이 사람 중심의 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과정은 제게 큰 보람이었습니다.
현재는 틱톡의 HR for HR팀에 소속되어, HR 조직 자체의 비전과 목표 설정, 변화 관리 전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HR 조직이 회사 전체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저의 주요 역할입니다.
실리콘밸리 성공 DNA 1.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제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일하며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조직 문화 중 하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실험하며, 실패를 통해 학습하는 구조가 깊이 자리잡아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저는 ‘실패를 통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HR 업무를 하며 제가 가장 많이 진행했던 교육 중 하나는 워크숍이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문제 해결 방법론입니다. 핵심 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Empathize: 문제를 겪는 사람의 경험에 깊이 공감하며, 진짜 불편함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 Define: 공감의 과정을 바탕으로 문제를 명확히 정의합니다.
- Ideate: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폭넓게 자유롭게 도출합니다.
- Prototype: 아이디어 중 일부를 실제로 구현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합니다.
- Test: 사용자 반응을 통해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피드백을 수집하여 개선점을 찾습니다.
이 과정은 반복을 전제로 하며,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구조입니다. 디자인 씽킹을 통해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더 나은 해결책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됩니다.
삼성넥스트에서는 실제로 이 철학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깊이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팀이 중심이 된 프로덕트 팀은 2주마다 팀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 현황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디자인 씽킹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셈입니다.
스트림엘리먼츠에서도 이 문화는 뚜렷했습니다. 매년 해커톤을 열어 전 직원이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구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 기간 동안 회사 업무를 전면 중단하고 오로지 해커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디어 실험이 곧 조직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틱톡에서도 제도나 정책을 전면 시행하기 전에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예상 가능한 실패 요소를 미리 경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를 개선한 후 전체 조직에 확대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실험, 실패, 학습, 반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단순한 프로세스를 넘어, 조직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매일의 업무 속에서도 이러한 학습 방식이 실천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키워드 세가지는 바로 Agility, Ownership, 그리고 Radical Candor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면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키워드인데요.
첫 번째는 Agility, 즉 민첩성과 유연함입니다.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건 빠른 실행과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도하고, 배우고, 다시 시도하는 태도가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믿는 문화죠.
두 번째는 Ownership입니다. 단순히 맡은 일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서, 마치 내 일처럼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내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 모든 과정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강조됩니다.
마지막은 Radical Candor, 진심에서 우러난 솔직한 피드백의 문화입니다.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필요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개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Radical Candor』라는 책을 추천드리며, 시간이 없다면 도 참고해보시면 좋습니다.
실리콘밸리 성공 DNA 2. 성과를 만드는 자율 구조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조직 문화의 핵심은 자율성(Autonomy) 입니다.
부모님이 미국에 오셔서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시면 종종 “회사 다니는 사람 같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고 재택근무도 자유로워 보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글로벌 조직에서는 시차를 고려해 각자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이 자율성은 단순한 ‘자유’와는 다릅니다. 책임(Accountability) 이 반드시 전제됩니다. 예를 들어, 많은 회사에서 무제한 휴가(unlimited PTO)를 제공합니다. 또 코로나 이후 한동안 완전 원격 근무(fully remote) 를 시행했던 기업도 많았죠. 중요한 건 “자유롭게 일하되,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Spotify의 입장문입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이 다시 사무실 출근 체제로 돌아가려 할 때, Spotify는 “우리는 직원들을 아이처럼 대하지 않습니다(Our employees are not children)”라며 원격 근무 유지를 선언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복지보다는 성숙한 책임 의식을 전제로 한 자율성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철학이 ‘Context over Control’ 입니다. 구체적인 지시보다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과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죠. 아마존 CEO 앤디 제시는 한 인터뷰에서, 조직이 커질수록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은 ‘어떻게(How)’보다 ‘왜(Why)’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율성을 보장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일의 의미와 목적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 요소는 ‘Radical Candor(진심 어린 솔직한 피드백)’ 입니다. 이 문화는 크게 두 가지 원칙에 기반합니다.
1. Care personally –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2. Challenge directly – 불편하더라도 필요한 말은 피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
처음에는 솔직한 피드백 문화가 어색했습니다. 특히 상사나 선배에게 직접 피드백을 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문화 덕분에 팀 내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있기 때문에 자유가 주어지며,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결국, 신뢰와 자율, 책임, 피드백이 선순환하며 건강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조직 문화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성공 DNA 3. 포용은 존중과 참여

실리콘밸리에서 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DEI) 이야기를 안 들어봤다면 간첩일 정도로 아주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처음에는 인종이나 성별 차별을 막고 공정하게 대하자는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글로벌 조직에서 일하면서 진짜 핵심은 ‘Inclusion’, 즉 ‘포용’이라는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나라별로 다양성의 개념은 다를 수 있지만, 모든 회사에 꼭 필요한 가치는 ‘포용’입니다.
특히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강조되는데요, 이는 단순히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걸 넘어서, 그 안에서 서로 존중받고 목소리를 내며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가 DEI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에 녹아 있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처음에는 소통이 쉽지 않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도 있어 오해가 생기거나 말하는 사람이 한정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HR은 의도적으로 모두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타운홀 미팅, ‘Ask Me Anything’ 시간, 익명 피드백 제도, 직원 인터뷰와 리스닝 투어 등이 그렇습니다. 또 서로 칭찬하고 인정하는 ‘Shoutout’ 코너도 만들어서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말을 못 하면 숫자에 불과합니다. 진짜 포용이란, 출신이 어디든, 언어가 달라도, 누구든 의견을 내고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걸 다시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 키워드와 연결해 보면,
첫째, Agility(민첩성)입니다.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끊임없는 실험과 실패가 중요한데,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가 있어야 실험이 더 풍부해지고 민첩성이 확장됩니다. 다양성이 바로 이 민첩성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Ownership(책임감)입니다. 내가 존중받고 안전하다고 느껴야 주도적으로 나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불안하거나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오너십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포용(inclusion)과 심리적 안전감은 오너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셋째, 다시 Radical Candor(진심 어린 솔직한 피드백)입니다. 이 피드백은 공격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기 위한 진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서로 신뢰가 쌓여야 이런 피드백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고, 그런 신뢰를 만드는 환경 조성이 HR의 큰 역할 중 하나입니다.
결국 실리콘밸리의 DEI는 단순한 제도적 공정함을 넘어, 소통과 실험, 자율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뼈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조직 문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다음으로 유명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슬로건과 공통된 인재상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의 핵심 가치와 인재상

틱톡은 “Always Day 1”이라는 슬로건을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 매일을 첫날처럼 배우고 실험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건데요,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하면서 배우고 성장하자는 의미입니다. 결국 초심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죠.
넷플릭스는 “Freedom and Responsibility”를 내세웁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지만,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구글은 앞서 말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과 ‘Smart Creatives’라는 표현을 쓰면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문화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조직입니다.
메타(Facebook)는 단순하게 “Be Bold”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시도하는 사람이 바로 그들의 스타일입니다. 아마존도 “Bias for Action”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는데, 완벽한 계획보다는 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우선시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Shopify는 “Trust People, Then Let Them Fly”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데, 신뢰를 바탕으로 자율성을 주고 직원들이 몰입하며 일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를 강조합니다.
결국 회사마다 슬로건과 핵심 가치는 다르지만, HR이 원하는 인재상은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공통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공통된 인재상

첫 번째는 Problem Solving, 문제를 해결하면서 끊임없이 배우려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는 Learning Agility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하며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세 번째는 Ownership, 자신의 일에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네 번째는 Can-do Attitude, 제약보다는 가능성을 보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마지막으로 Comfort with Ambiguity, 즉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먼저 움직이고 배우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실리콘밸리는 변화가 많고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제가 만난 성공한 동료들을 보면 모두 이런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단순한 스펙보다 태도와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답을 아는 것보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힘이 실리콘밸리가 원하는 인재의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문화와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런 원칙들이 실제 HR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가 궁금하실 것 같아 다음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한 인상적인 사례 몇 가지를 소개드리겠습니다.
Alex Hong님이 소개하는 실무 HR 케이스와 Q&A 내용을 다룬 다음 콘텐츠는 6월 첫째주 발행 예정입니다.